제 블로그에서 인기있는 글이 바로 저탄고지로 뭘 먹었는지 얼마나 빠졌는지에 대한 포스팅입니다. 역시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은 남녀노소 봄여름가을겨울 가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서론 : 나는 왜 다이어트 약을 먹었는가!
저의 스펙은 164cm에 63~73kg(오차가 너무 큰거 아니냐고요? 모릅니다)입니다. 2차성징과 동시에 60키로 초반대를 유지하면서 평생 살았는데 직장을 갖고 잦은 야근과 회식을 반복하니까 10키로가 훅 쪄버렸습니다.
먹는 걸 좋아하는 비만으로서 저탄고지로 다이어트를 시작하기 참 좋긴 한데 중간에 제가 산부인과 관련 수술을 하고 회복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일반식으로 돌아오게 되더라고요. 갑자기 돌아오면 빠진것보다 더많이 찔 것 같아서 꾸준한 러닝을 병행하여 73kg에서 63kg으로 총10kg을 감량했습니다.
우선 저는 날씬해지고싶은 욕망은 없는 인간입니다. 그저 비만이 아닌채로 살고 싶을뿐이에요! 뼈말라가 되고싶은 것도 아니고 키빼몸 110을 원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사놓은 옷이나 입고 살면 좋겠다는 목표로 다이어트를 했고, 성공했습니다만, 최근 1년간 다시 격무에 시달리다보니 체중이 아름다운 우상향을 그리더라구요. 사춘기이후 변함없이 내 몸무게였던 63키로가 제 자리인줄 알았는데 어느새 제 몸은 73키로가 제자리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열받게.?
옷을 입을때마다 거북하고 쇼핑가면 늘 입던 사이즈보다 하나씩 더 큰걸 찾으면서 스트레스받고, 늘 허기에 시달리고 폭식과 후회(절식은 안함)를 반복하며 살다, 지난주에 여행가서 새벽에 떡볶이를 목끝까지 밀어넣고 나니까 현자타임이라고 할까, 스스로가 지겨워지더라고요. 그래서 진짜 눈 딱 감고 다시 정상체중으로 돌아가자고 결심을 했습니다.
사실 10키로 감량 후 다시 야금야금 살찌는게 두려워 병원에서 다이어트 약을 처방받은적이 있습니다. 그냥 다이어트약을 처방해달라고 하니 식욕억제제와 더불어 지방흡수억제제, 지방배출제 등 여러가지를 처방해주더라고요. 형형색색의 알약을 보니 왜인지 거부감이 들고 쫄보로서 식욕억제제먹고 멍청이 되는거 아니냐는 걱정이 마구마구 피어나서 결국 약을 먹지 않았습니다. 왜냐! 난 운동으로 건강하게 10키로 뺀적 있으니까! 약에 의지 하지 않고도 할 수 있어! 하는 마음.. ?
그리고 약 10개월이 지났습니다. 다이어트를 해야겠다 생각하니 그 약부터 떠오르는거에요. 근데 진짜 기름똥은 싸기 싫고.. 재채기만 해도 변실금처럼,,(이하생략) 그래서 여러가지 약 중에서 식욕억제제만 골라서 먹었습니다.
본론1 : 펜디정 복용 후기
제가 먹은 식욕억제제는 펜디정이라는 약입니다. 식욕억제제로 가장 잘 알려진 나비약, 디에타민과는 성분이 다릅니다. 펜디정은 펜디메트라진이라는 성분이고 같은 성분의 다른 제품은 푸링정, 펜틴정이 있습니다. 참고로 디에타민은 펜터민 성분이고 같은 성분의 다른 제품으로는 아디펙스, 페스틴정이 있습니다.
찾아보니 두 제품의 차이로, 펜터민은 먹으면 10시간 가량 효과가 지속되는 반면 펜디메트라진은 4시간 전후로 지속시간이 짧다고 합니다. 대신 부작용이 조금 덜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또 반면 펜터민보다 의존성이 크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공통적으로 향정신성 의약품이고, 내성이 쉽게 생기며, 의존성도 높고 부작용도 심한 마약성 제품이니 절대 장기간 복용을 금합니다. (장기간, 대량 복용의 위험성은 그알에도 잘 나오지요!) 살찐 스스로가 지긋지긋해서 먹기 시작했지만 2주이상 먹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했고, 1주일만에 약을 끊었습니다. 목표치를 초과달성한 것이 큰 이유입니다.
서론이 무지하게 길었지요. 이제 결론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펜디정 복용 일주일간 71.5kg 에서 66.9kg로 4.6kg 감량에 성공했습니다.! 물론 여행가서 폭식하면서 급찐한게 급빠한것도 있겠지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기대이상입니다. 그래서 더 무리하진 않기로 했습니다. 이후 1주일간 67~66키로를 유지하고 또 그 다음주에 2~3키로 정도 감량하고.. 2달여간 장기적으로 60kg까지만 감량하는걸 목표로 하고있습니다(제발 성공 포스팅을 할 수 있기를,,)
약 자체가 무서워서 펜디정을 먹은 시간대별로 일기를 써놓은게 있는데 일주일치를 적어보겠습니다. (다시보니 너무 웃김 개쫄보 주의)
0일차(월요일) 71.5kg
아침 : 맥모닝, 해시브라운, 아아메
점심,저녁 : 굶음
약 섭취 1일차(화요일) 70.9kg
- 11:00 펜디정 반알 먹음
어제 점심부터 굶었으니까 24시간 단식함. 그래서 폭식할까봐 겁나긴 한데 무서워서 반개만 먹음. 식욕이 없진 않은데 어제 단식덕인지 익숙해져서 배고픔을 참을만함. 단 대가리가 깨질라고 하는데 이건 약때문은 아닌듯. 아침부터 그랬음. 평소에도 물을 많이 마시는 스타일이라 그닥 입이 마른다는 느낌은 안들었음.
12:00 점심 일반식으로 평소보다 2/3 가량 먹음
17:30 쪼개놓은 나머지 반쪽 먹음. 식욕이 없는건 아닌데 배가 안고픔. 이게 몬말이냐면, 뭐가 먹고는 싶은데 배가 안고파서 다른일 좀 하다보면 배고픔을 잊게됨. 대신 심장박동수가 좀 빨라진 것 같고 머리도 계속 아픔.
(지금 생각하니 중간중간 계속 주워먹는게 습관인지라 아마 뭐가 먹고싶다는 생각도 습관처럼 한 것 같음)
18:30 야근 하려는데 누가 냉삼사준다고 해서 급히 따라감. 다른 사람들은 식욕억제제 먹으면 먹는 걸 봐도 아무 생각이 없고 씹어도 모래알 같다더니 난 아님.. 하지만 조금 다른게 있다면 옛날엔 막 뱃속에서 끌어당기는 것 같아서 허겁지겁 먹었다면 지금은 그냥저냥 눈앞에 있으니까 계속 먹은 거임. 역시 습관문제인듯!
22:00 1.3km 러닝
2일차(수요일) 69.2kg
어제 냉삼을 때렸는데도 1키로가 빠졌다. 그간 얼마나 군것질과 폭식에 물들여졌던건지 충격스러움.. 얼마나 식습관이 엉망이였으면 군것질 외 식사만 해도 살이 빠짐?
11:00 여튼 기분은 좋으니까 계속할 힘이 난다! 또 반개 쪼개 먹음
12:00 약을 먹기전에 배가 쥰니 고팠는데 약먹고 기분탓인지 허기가 사라짐. 그렇다고 배가 안고픈건 아닌데 “존~나 배고파서 아무것도 못함 -> 약먹음 -> 뭐하다보면 배고픈거 까먹음” 정도. 점심은 구내식당 갔는데 또 습관+식탐으로 밥 많이 푸려다가 적당히 펐고 먹다 보니 걍 그만 먹을만해서 숟가락 놔서 쪼금 남김.
16:00 나머지 반톨 먹었는데 아무 효과가 없음 허기가 안사라짐.. 손떨리고 배고파서 아무것도 못하는 상황됨..
18:30 이 악물고 참고 저녁 국밥 먹었는디 밥 반공기만 먹고 먹다가 배불러서 숟가락 놓음. 엊그제 남편이 배부른데 꾸역꾸역 남은 떡볶이를 먹는 날 보고 “배 안불러?” “하쒸 배불러 쩝쩝” “배부른데 왜 억지로 먹어” 소리듣고 띠용 했음 그래 배부르면 그만 먹어야지 남기든 말든.
습관 교정! 중요하다! 그래서 음식도 안해먹을라고. 내가 음식하면 자꾸 많이 하게 돼. 참고로 잠은 쥰내잘옴
3일차(목요일) 68.7kg
11:00 오늘도 무서워서 반개 쪼개 먹었다. 아 나의 작은 마음.. 점심보기를 돌같이 보기(일반식 평소보다 양 적게 먹기 계속 시행)
15:00 현재까지는 배 안고픈데 좀있음 고플거같아~~
4일차(금요일) 68.5kg
16:00 오늘은 오전에 약 안먹고 잘 참고 점심 쬐끔 먹었고 배가 심각히 고파져서 오후에 한알 통으로 먹음~ 배고파서 손떨리는 느낌은 있는데 배는 안고프고 약간 심장 쿵쿵. 아직까지는 허기를 참을만 한데 언제 터질지 무섭다.. 습관 습관 습관을 만듭시다
19:00 굽네치킨 오리지널로 몇조각 먹고 손땜.
5일차(토요일) 67.7kg
13:00 약은 안먹고 굽네치킨 오리지널 3~4조갓, 삶은계란 2개 먹음.
15:00 약의 효과가 그닥 큰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약의 량을 줄이려고 주말에는 안먹고 있어보려 했는데, 효과가 있는거였네.. 배고픔울 느끼는것도 느끼눈건데 배가 고프니까 뭐가 먹고싶다는 기분이 존나 강해짐.. 못참아!!!!하는 느낌??
4:45 안되겠다 싶어 결국 반쪽 먹음. 저녁은 이악물고 굶었고 물도 뭣도 아무것도 입에 안대고 시체처럼 침대에 누워서 보냈음.
6일차(일요일) 66.9kg
10:00 어제 저녁 굶었더니 아침에 진짜 손이 발발 떨리고 힘도 딸리고 어지럽고일어나자마자 김치찌개 끓여서 밥때림
14:00 김치찌개 한그릇과 밥 두숟가락 먹었다.
저녁은 굶음.
본론2: 식욕억제제의 장단점
도저히 식욕억제제 후기에 대한 글이 마무리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아주 짧은 기간이지만 장단점을 나름대로 느낀대로 말씀드려보겠습니다.
장점
1. 확실히 해본 다이어트 중 가장 살이 잘 빠진다!
너무 쫄보처럼 약을 끊어먹어서 그런가 드라마틱한 효과는 보지 못했으나 피그말리온 효과일지, 기분탓인지 여튼 먹는 절대량이 줄어서 살이 쭉쭉 잘빠졌습니다.
2. 과식하는 습관의 교정
배가 터질때까지 먹는 습관이 있는지 저도 몰랐습니다. 근데 며칠 참아보니까 내가 얼마나 많은 군것질을 했었고, 식사 후에 간식을 얼마나 당연하게 먹었는지, 주말에 보상심리로 얼마나 많은 양의 음식을 먹었던지 등등 깨달았습니다. 그걸 스스로 깨달으면서 약의 도움을 받아서 참아낼 수 있어서 다행이었음!! "배가 불러 터질때까지 먹지 않는다! 배고프지 않는데 입이 심심하단 이유로 입에 뭘 넣지 않는다!" 이런 습관을 고치지 않고 약먹는 동안만 절식하고 약을 끊고 다시 돌아간다면 역시 요요는 당연하겠지요.
단점
1. 멍청해진다?
디에타민은 안먹어봐서 모르겠는데 펜디정을 먹고 5일차 진짜 멍청해졌다고 느꼈습니다. 주말에 요리를 하기 위해서 냉장고문을 열었는데 내가 뭘 꺼내려고 했는지, 왜 이 문을 열었는지 순간 멍-하더라고요?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게 약때문이라기보다 과도하게 굶어서(물도 안마심, 소금도 안먹음) 오는 순간적인 현상으로 결론을 내었습니다(당당) 왜냐면 밥먹고 일상생활로 돌아오니까 그런증상은 없더라고요. 다만, 왠지 파괴된 뇌세포가.. 다시 살아나지는 않겠지? 하는 막연한 두려움만..ㅋㅋ
2. 속쓰림
어쨌거나 약을 먹는다는거는 몸의 체질을 바꾼다는게 아니라 그냥 굶는거고, 보다시피 무식하게 굶었기 때문에 속쓰림이 유발되더라고요. 태어나서 처음 겪는 속쓰림이라 매우 당황했습니다. 그래서 조금씩 부담없는걸로 먹으며 회복중인데 한 4일정도 지나니 드디어 속이 조금 편해진 기분입니다.
결론 : 내 짧은 경험이 도움이 되었길
뭔가 일주어터님 혹은 곽튜브 님과 같은 짧은 다이어트를 추구하는 컨셉이 된 것 같은데.. 일단 아직 제 여정은 끝이 아닙니다. 이번주 동안 유지하고 다음주에 또 빡굶할때 시간대별로 후기를 작성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오늘 택배로 잔트렉스 블루가 왔거든요(소근소근)! 그럼 전 못했지만, 다들 건강한 다이어트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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