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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주머니/파이어족으로 살아가기

번아웃의 유일한 해결방법은 퇴사다

by 밥포켓 2020.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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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자유, 조기 은퇴가 절실해진건 아마도

번아웃상태가 되었다는 걸 자각하고 나서 였을 것이다.

 

직장생활을 해본적이 없는 나로서는, 첫 직장에 들어와

잘한다는 이야기를 듣는 게 너무 뿌듯했고 더 잘하고 싶었고 인정받고 싶었다.

 

내게 주어진 일은 완벽에 가깝게 해낸다는 마음으로

에너지를 쏟아내고 쏟아내다 보니 어느새 지쳐있었다.

 

그럼에도 주어진 일을 허투루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보니

벼랑끝까지 몰리고 나서야 최대한의 집중력을 발휘해 일을 처리하고

끊임 없이 울려대는 벨소리속에서 사람을 상대하고 지치고 일을 처리하고 지치고를 반복했다.

 

지금도 매일같이 출근하고 있지만 스스로 마른 수건을 쥐어 짜고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쉬고 싶은데 쉴 수가 없다.

 

누구보다 열심히한 것도 아니고, 남들 하는만큼만 했을 뿐인데

이렇게 메말라버렸다는 게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하다가

이만하면 그럴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다가.

 

© christnerfurt, 출처 Unsplash

 

Edelwich와 Brodsky(1993)는 소진(번아웃)의 진행 과정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 열성: 능력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 있으며 어려운 직무라도 스스럼없이 맡아내고, 야근이나 주말 출근도 자발적으로 행한다. 이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보람과 성취감은 삶의 낙이요 전부다.

- 침체: 슬슬 부침이 온다. 업무수행 자체는 무리없이 해내지만 처음 입사할 적 느꼈던 흥미는 점점 떨어져간다. 슬슬 직무에서 오는 보람은 뒷전이 되고 자신을 둘러 싼 근무환경을 챙기기 시작한다. 보수, 근무시간, 업무환경은 이 직무를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챙겨야 하는 요소로 승격된다.

- 좌절: 이 직장 역사에 한 획을 긋겠다는 포부는 사라진 지 오래고, 당장의 인사고과를 유지하는 것만으로 벅차다. 자신의 업무 수행 능력에 대한 의심이 생기고, 동시에 자신의 직무가 가지는 가치에 대한 회의감이 든다. 업무의 무가치함을 맛보는 순간 직면한 업무에 대한 회피의 감정이 솟구친다.

- 무관심: 스트레스는 이미 극한에 다다랐고, 업무는 여전히 벅차다. 흥미가 없는 일을 하려니 커진 스트레스는 가뜩이나 실패투성이인 자신의 직무인생에 더 많은 실패를 가져다 준다. 확 때려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지만 당장의 벌이가 없다면 절대로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없다. 최후의 수단으로 '기권'을 선택한다. 직무에 대한 모든 감정선을 차단한 채 묵묵히 버텨내기를 시작한다. 그러나 여전히 목을 죄는 스트레스는 버티기 힘들다. 결국 슬금슬금, 이직 방법을 강구하기 시작한다.

이거 너무 내 얘기잖아?

 

그래서 번아웃의 해결방법은 뭘까?

다들 업무와 일상을 분리하여 여가활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줄이라고 한다.

그렇게 안해본 직장인들이 어디에 있겠는가?

취미생활은 즐겁지만 오히려 피로에 보탬이 될 뿐이고

그렇다고 집안에 하루종일 뒹굴거리기에는 주말이 아깝다.

여차 저차 휴가를 통해서 스트레스를 풀어내도

출근해야겠다고 마음 먹는 순간 도로 물거품이 되어버린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 라는 말만 되뇌인다.

진짜 나의 모습을 찾기 위해서는 오로지 퇴사만이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근데, 퇴사가 쉽나?

내가 이 직장에 취업했다고 기뻐했던 우리 부모님의 얼굴이 스쳐가고

당장 매말라버릴 통장이 걱정이다.

오늘도 나는 눈 딱 감고 우울증 약을 입에다 쑤셔 넣으며 다시 출근길에 오른다.

이렇게 살아서 뭣하나, 죽자, 죽어야 끝나!!

라는 생각으로 살고 있던 와중에,

 

이런 일상을 유지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알려준게 바로

경제적 자유, 조기 은퇴, 파이어족이다.

 

그래서 나는 파이어족이 되기를 포기할 수가 없다.

내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파이어족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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