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시간이면 충분한 <최소한의 밥벌이>
글 : 곤도 코타로|그림 : 하완|역자 : 권일영|출판 : 쌤앤파커스|2019.6.1.
프롤로그_돈 버는 삶에서 벗어날 권리
1. 미래는 회사 밖에 있다
2. 하루 한 시간만 일하는 삶
3. 도시 남자의 얼터너티브 농부 생활
4. 재미가 의미를 만든다
5. 하기 싫은 것을 하지 않고 살아갈 자유
6. 관계의 균형을 잡는 법
7. 글쓰기와 벼농사의 세 가지 공통점
8. 돈만 있으면 뭐든, 돈 없이는 아무것도
9. 반년 농사의 결실을 맺다
10. 지속 가능한 밥벌이를 위하여
에필로그_ 근황에 대하여
대도시에서 오십 평생을 살아온 기자가 어느 날 지방 발령 신청을 낸다. ‘더는 회사와 사회에 휘둘리는 삶을 살기 싫다. 내가 원하는 글만 쓰면서 살고 싶다. 최소한 밥만 굶지 않으면 가능할 것 같은데…. 그렇다면, 벼농사를 직접 지어보자!’ 일본 아사히신문 기자 곤도 고타로, 초짜 농부의 무모한 도전.
나는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대부분의 또래 아이들이 그렇듯이 성인이 되며 도시로 대학을 가고 취업준비를 하다가 우연찮게 좋은 취업자리를 잡아서 7년만에 다시 시골 고향으로 돌아왔다.
어느날, 기사를 읽으며 <반농반X의 삶>이라는 책을 알게 되었다. 반농반X의 삶이란, 농업을 통해 정말로 필요한 것만 채우는 작은 생활을 유지하는 동시에, 저술·예술·지역 활동 등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X)’을 하면서 적극적으로 사회에 참여하는 삶의 방식이다. 어릴때는 그렇게도 싫었던 농사일이 요즘은 재밌게 느껴져 농사를 짓는 일의 위대함을 깨달아갈 무렵 <반농반X의 삶>이라는 책을 알게 되고 대안적 삶에 대해 고민했다.
그렇지만 또 남편을 만나 삶이 변화하게 되는데..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은 사람들과 계속해서 부딪혀야하고 그에 따른 스트레스를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최대한 많은 자본을 축적해서 빠른 시일내에 은퇴하는 ‘파이어 족’의 삶을 꿈꾸게 되었다. 은퇴를 한다고 하여 놀고먹는게 아니라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삶을 꾸린다는 것이다. 보람찬 삶을 생각하다 자연스레 농사를 떠올리게 되었다. 현금흐름도 발생시킬 수 있으면서 사람과 관계에 대한 스트레스없이 노동할 수 있는 일. 심지어 자급자족까지 가능하게 하는 삶.
“요즘 사람들 중에 노동을 기쁨으로 삼고, 자기에게 필요하다고 여기며 적극적으로 일하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많은 이들에게 노동이란 그저 먹고살기 위해 참고 견디는 것이지 않을까?”
그러면 지금 일본을 뒤덮은, 앞날이 안보인다는 느낌은 실체가 없다는 소리인가? 쓸데없는 걱정인가? 아니다. 이 꽉 막힌 느낌은 미국 빈곤층이나 중국 산골 농부와 비교해서 느끼는 게 아니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자기 부모와 비교해 절실하게 느끼는 감정이다.
젊은 시절, 낮은 임금을 받고 버티며 결혼해 아들딸 낳고 대출받아 집을 산다. 그리고 정년퇴직까지 회사에 다니며 대출을 모두 갚고 퇴직금과 연금을 받으며 생활한다. 부모 세대는 당연하게 그릴 수 있던 이런 미래를 요즘 어떤 젊은이가 그릴 수 있다는 말인가? 게임의 룰이 바뀌었다.
"농사를 지으면 굶어 죽을 일은 없으니까"
그러면 어떻게 해야할까? 연봉 백만엔을 감수하며 몸뚱이가 부서지도록 일을 해야 하나? 우리가 살아남을 길은 이런 방법밖에 없지 않은가? 아니다. 분명 다른 길이 있을 것이다.
매일 아침 한 시간씩 벼농사를 짓는다. 나머지 시간은 글쓰기에 몰두한다. 내게 가장 중요한 일은 글쟁이로 사는 것. 하고 싶은 일, 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이 일에 몰두하려면 최소한의 식량이 필요하다. 벼농사를 지으면 굶어 죽을 일은 없다. 흰쌀밥을 이제 내 손으로 마련하겠다. 될 수 있으면 ‘최소한’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생활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글쓰기. 그게 바로 얼터너티브 농부다.
흰쌀밥을 이제 내 손으로 마련하겠다.(...) 반찬과 맥주 값은 ‘본업’인 글쓰기로 벌자.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굶어죽지 않기 위한 최저선, 생활 방위 사수선. 그게 쌀밥이다.
일본 젊은이들도 한국 젊은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나보다. 죽어라 일하고 스트레스로 머리가 터져가는 삶이 아닌, 다른 삶을 모색하기 위해 시골로 찾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 말이다.
게다가 나는, 한낮에 쨍쨍 내려쬐는 햇볕을 너무 좋아한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삶이라면, 나이 60을 넘기기전까지는 사무실 지붕아래서 창문너머 볕을 구경만 해야한다. 그렇게 살 수는 없다. 절대로.
사무실에서, 밭에서 일을 하면서 책속 이 구절이 자꾸 머릿속에 맴돈다,
논에 물을 대다가 어느날은 땅이 갈라질만큼 물을 빼버린다. 그러면 벼는 물을 찾아 더 깊게 뿌리를 내린다. 그렇게 깊게 뿌리를 내린 벼는 태풍에도 쉽게 쓰러지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산다는 것이 너무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자연스럽다는 것은 그냥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상태에 따라 적응하고 변화하는 모습이다. 가물면 물을 찾아 더 깊게, 멀리 뻗는 뿌리처럼 그 자연스러운 모습덕에 태풍을 이겨내는 벼의 모습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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